페친이었으나 만난 적은 없었던 스타트업 대표와 링크드인에서 연락이 닿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한 번 와서 자신과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는 꽤 되었으나 스무 명이 채 되지 않은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는지 물었더니 아래 두 가지를 말했다.
- 조직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
- 나의 연봉, 보상이 어떻게 이것과 연계되는지.
입력완료. 프로세싱 & Go!
1. 돈 이야기부터 했다.
연봉, 인센티브, 주식(RSU), 스톡옵션의 차이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잘 없다. 기껏해야 의미 정도를 이해하지, 왜 회사에는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보상이 있는지, 각각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누군가 자세히 설명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연봉과 인센티브는 현금성 보상이다. 연봉은 직원의 동의가 없으면 그 다음 해에도 최소한 그만큼은 보장되는 금액이고, 인센티브는 회사의 상황과 개인의 성과에 따라 매년 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당연히 같은 금액이라면 인센티브보다는 연봉인상을 원한다. 그러나 만약 연봉인상으로는 200만원, 인센티브로는 4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서 고를 수 있다면 어떻게할 것인가? 만약 연봉인상 200만원과 인센티브 300만원이라면 또 어떻게 하겠는가?
RSU는 일정 기간만 회사에 다니면 받을 수 있는 주식이다.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가치가 0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주식으로 받는 것이 스톡옵션보다 좋은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금액을 받는다면 당연히 누구나 주식을 선택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스톡옵션으로 받을 때 RSU로 받는 것보다 더 많은 '수량'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스톡옵션은 회사의 기업가치(Valuation)가 급격히 높아지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불확실성에 대한 판단이 Key인 것이다.
만약 연봉, 인센티브, RSU, 스톡옵션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받겠는가?
보수적인 사람일 수록 금액이 적더라도 연봉을 고른다. 가장 공격적인 성향의 사람일수록 스톡옵션을 고른다. 특히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믿고, 자신이 그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현금성 보상을 최대한 낮추고 최대한 많은 스톡옵션을 받으려고 한다. 굳이 행사가를 낮게 받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스톡옵션은 20-30% 올라서는 쓸모도 없다. 회사의 가치가 지금보다 2배, 3배, 5배, 10배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할 때 스톡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어떤 스타트업이 그러한 성장성의 기회를 갖는가?
그것은 바로 적자 상태의 스타트업이다. 이미 흑자이고 사업 성장성이 탄탄하다면 직원들에게 그렇게 많은 스톡옵션을 나누어줄 이유가 없다. 다만, 단순히 적자상태이기만 해서는 안되고, 성장을 위한 최소한의 불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불씨는 아무리 작아도 상관없다. 그것을 자신이 동료들과 함께 키워낼 수만 있다면 훨훨 타오르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스톡옵션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은 인센티브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 필요하고, 안정성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 해 받는 금액은 작더라도 확정된 금액인 연봉을 더 선호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선택은 없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들을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회사가 활용할 수 있는 연봉팟, 인센티브팟, 주식팟, 스톡옵션팟이 있을 때, 누군가는 연봉을 동결하고, 심지어 자신의 의지로 연봉을 낮추면서라도 더 많은 스톡옵션을 확보하고, 그렇게 절약된 돈을 누구는 연봉으로, 누구는 인센티브로 받으면 된다. 연봉으로 받는 사람이 가장 적은 금액을 받겠지만 스스로 원했다면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개인의 상황과 Risk에 대한 선호도, 회사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기대에 따라 현금성 보상과 스톡옵션을 제대로 활용하게 되면,
동일한 재원으로 구성원으로 하여금 최대의 동기부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당장의 캐시가 부족한 회사가 역량있는 직원들을 지키고 끌어들이는데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상이 갖는 의미를 제대로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2. 파이 나누기가 아닌, 파이 키우기
화이트보드에 동그라미를 하나 그리고 조각을 냈다. 그리고 옆에 훨씬 더 큰 동그라미를 그렸다. 작은 동그라미의 5%보다 큰 동그라미의 1%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나는 정말로 제로섬 게임을 싫어한다. 어떻게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 특히 '나눌 것이 별로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필요한 사람이 알아서 가지라고 하고, 나는 파이를 키우러 간다. 왜 그렇게 하는가.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명했다.
쿨하게 보이거든요.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이 웃었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일하면 매우 쿨하다. 어떻게든 그 보잘 것 없는 조각을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는, '저는 일하러 갈께요!'라고 말하고 파이를 키우러 가는 것은 실제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애덤 그랜트의 책 '기브앤테이크(Give & Take)'를 간단히 소개해 주었다. 항상 더 많이 가져가는 사람(Taker)이나 항상 주고받는 것의 균형을 맞추는 사람(Matcher)보다, 왜 Giver가 결국 더 많이 성공하는지, 그리고 더 많이 실패하는지를 말해주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Giver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왜 어떤 Giver는 성공하고 어떤 Giver는 실패하는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늘 퍼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줄 때 보답을 바라지는 않지만, 내가 가진 것들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 그리고 '어느 한도' 내에서 줄 것인지를 굉장히 신중하게 선택한다. 내게 있어 시간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이다. '안목'을 키우는 것은 내가 가진 시간을 누구와 함께 보낼 지를 결정할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3. 가장 큰 Impact을 가져오는 것은 무엇인가?
먼저 '덜어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몸이 바쁘고 피곤하면,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일하면 불평을 하면서도 마음 속에는 안도감이 든다. '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회사가 정말 바쁠 때 일시적으로 그렇게 일하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365일 늘 그렇게만 일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생각이 멈추고 좀비가 된다.
힘에 부칠 정도로 일이 많다면 잠깐 떨어져서 생각을 해야 한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지 않고, 일의 순서와 우선순위에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이 해야할 일과 기계가 해야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힘들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하게 일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덜어내야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 Impact을 가져올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지금 그 회사의 서비스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방치되어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 처음 보는 것, 굉장해보이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진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을 좋아한다.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그것의 의미를 살린다. 무엇보다 현재 남아있는 런웨이를 고려하여, 그 안에서 리소스 대비 가장 Impact이 크다고 생각되는 1-2가지의 일에 집중하고, 다른 동료들은 그것을 하는 사람들이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짐을 나누어 갖게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한 이야기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내가 그 스타트업의 서비스 가운데 어디에 집중했는지, 왜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된다면 꼭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스타트업 대표와 구성원 스스로가 그러한 것들을 자체적으로 발견해나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 보상의 의미에 대해서, 2) 파이를 키우는 것에 대해 서, 그리고 구체적으로 딱 찝어서 3) 그 파이를 키울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설명이 끝나고 Q&A를 받았다.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지만 이렇게 질문이 나온다는 것은 꽤 좋은 신호다. 아직 그 스타트업에 불씨가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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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이 끝나고 대표에게는 따로 짧게 1:1을 했다. 런웨이에 대해서, 투자(IR)에 대해서, 비용관리에 대해서, 평가에 대해서, 사람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하는 말 자체는 하나도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게 일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나와 같이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다. 글로 쓴 것과 다르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글에 씌여진 대로 일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침 나와 연이 닿았던 다른 스타트업 대표와 친한 사이인 듯 하여, 내 조언을 듣기 전에 그 분에게 먼저 연락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좋은 말을 들을 수도 있고, 굉장히 걱정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하는 조언은 약이 될 때도 있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그것이 반드시 옿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대해서 내게 솔직하게 말해주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커피챗을 하거나 세션을 한 번 하는 것은 나의 말을 듣는 사람에게 있어 책을 읽는 것 같다. 좋은 느낌을 갖고 단서를 찾은 것 같고 실제로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게 찾은 단서들은 레시피일 뿐이다. 끝까지 실행한 경우에만 의미를 갖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