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보통 SQL부터 배운다. 이미지를 만지고 싶다면 포토샵부터, 영상을 만들고 싶다면 프리미어부터 배우는 것과 같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결국 툴일 뿐이다. 포토샵을 잘 다룬다고, 프리미어를 쓸 줄 안다고 이미지와 영상이 저절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은 챗GPT같은 것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데요?
그렇지 않다. 챗GPT도 결국 툴이다. 물론 툴을 잘 쓸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효율성도 개선될 수가 있지만, 툴만 있으면 '자신도 모르는 크리에이티브'가 저절로 뚝딱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툴을 다루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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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될 때마다 다니는 회사에서, 그리고 컨설팅하는 회사에서 직접 데이터 관련한 세션을 진행한다.
사실 나는 데이터 전문가도 아니고 SQL을 그렇게 잘 다루지도 못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관련 세션을 직접 진행하는 이유가 있다.
호기심. 그리고 Action!
데이터를 처음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이 SQL을 배우고, 지루해하고, 자신은 소질이 없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시절에 수포자의 기억을 떠올렸다면 더욱 그렇다. 외계어같은 난해한 문구는 데이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쉽게 익숙해지기 어렵게 하기 때문이다.
원래 모든 프로그래밍의 기초는 '자신이 직접 쳐보는 것이다(라고 많은 책들과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개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아무 것도 없는 빈 화면에서 깜박거리는 커서는 공포 그 자체다. 아무리 책을 읽어도 명령어 하나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뭔지도 모르겠는 책 내용을 하나하나 타이핑하는 작업은 굉장히 지루하다.
나는 틀렸어. 재능이 없나봐.
많은 데이터 꿈나무들이 철옹성 같은 SQL의 벽을 넘지 못하고 그렇게 좌초한다. 그리고는 누군가 만들어놓은 대시보드를 본다. 기껏해야 태블로에서 필드 몇 개를 선택하고 조정할 뿐이다.
그래서는 재미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데이터를 뽑을 수 있는가, 없는가는 회사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굉장히 큰 차이를 낳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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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Writing보다는 Reading부터 시작한다. 엄청 간단한 Query로부터 시작한다. 일단 작성된 쿼리에서 어떤 부분을 바꾸면 되는지를 설명한다.
select count(*) from orders
where date = '2024-10-03'
요렇게 생긴 Query가 있다면 SQL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간단한 설명을 곁들이면 두 가지를 알 수 있게 된다.
1) 어제(10/3) 총 구매건수가 몇 건인지를 알 수 있구나.
2) 저기서 '2024-10-03' 대신에 다른 날짜를 넣으면 그 날짜의 구매건수를 알 수 있겠네. --> 설명하지 않아도 이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이다.
요 상태에서 질문을 한다. 그러면 특정 기간 동안의 총 구매건수는 어떻게 하면 될까? 가령 7일 동안의 총구매건수를 구하려면 설마 날짜를 7번 바꾸어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리가.
select count(*) from orders
where date between '2024-09-27' and '2024-10-03'
이렇게 하면 여러 번 치지 않아도 한 번에 알 수 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면 그 다음 날은 어떻게 하지? 직전 7일의 총 구매건수를 알고 싶으면 매일매일 저 숫자들을 바꾸어야 할까? 물론, 그렇지 않다.
select count(*) from orders
where date between 'current_date-7' and 'current_date-1'
대충 의미는 몰라도 '어제부터 7일 동안'의 총구매건수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이고, current_date라는 것은 매일매일 그 날의 날짜일 테니 직전 7일 동안의 구매건수 합계를 매일매일 알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직전 7일의 총구매건수를 숫자 하나로 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직전 7일의 구매건수 합계를 그래프로 계속해서 이어가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7일간의 총구매건수 합계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지, 감소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SQL은 생략)
그런데 왜 7일 동안의 총구매건수 합계인가? 7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7일은 바로... 보통 대부분의 커머스는 요일별 편차가 크다. 월요일이 가장 주문이 많고, 배송이 안 되는 주말에는 주문수가 떨어진다. 이대로 일별 그래프를 그리면 그 수치가 높았다 낮았다 하는 편차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게 된다. 이 때 직전 7일동안의 총구매건수 합계를 그래프로 나열하면 언제나 '월~일'까지의 모든 요일이 포함되기 때문에 굉장히 완만한 그래프가 된다. 따라서, 현재 총 구매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지를 (초등학교만 졸업했다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만약 오늘이 10/4일이고, 연말인 12/31일까지 직전 7일 동안의 총 구매건수 목표가 있다고 치자. 그러면 가로축을 어제 날짜인 10/3일까지 끊지 말고, 목표 날짜인 12/31일까지로 늘려놓고, 세로축은 어제까지의 숫자로 놓지 말고 12/31일에 달성하기로 한 목표숫자로 늘려놓자. 그리고 1/1일부터 12/31일까지의 그래프 가운에 어제 날짜까지인 10/3일까지의 그래프 결과를 찬찬히 살펴보며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12/31일에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예측(Forecast)이라고 한다.
결국 데이터를 보는 목적은 현재의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미래의 숫자를 예측하고, 만약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었을 때 목표를 이루지 못하겠다고 판단이 되면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반대로 목표를 쉬이 달성할 것 같으면 조금은 술렁술렁 일하며 몸도 쉬고, 휴가도 갔다오면 된다. 1년 365일 내내 같은 속도로 달리다간 앓아 눕기 쉽상이고, 내년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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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L을 가르치는 것은 쉽다. 요즘은 질문만 잘 하면 챗GPT가 귀신같이 구문을 떨궈주기 때문에 (가끔 이 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경우만 발라낸다면) 빠른 시간 안에 꽤 괜찮은 데이터를 얻기에도 용이하다.
그러나 '어떤 데이터를 보고 싶은가, 그것을 왜 보고 싶은가, 그 데이터를 보고 나면 내가 해야할 일이 어떻게 달라지는가'와 같은 것들은 챗GPT가 아니라 챗GPT의 할아버지가 와도 해결해주지 못한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이 없으면 AI도 그 답을 말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이 데이터를 배우고 싶어할 때는 보통 팀 리더인 내가 직접 세션을 진행한다. 말해주고 싶은 것은 SQL이 아니라 데이터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얼마나 재미있는 것인지를 들려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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