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하는 일을 최대 5가지 이내로 적어보세요. 새로운 회사에 가면 같이 일하게 된 팀원들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 또 귀찮은 것이 생겼구나.
사람들이 한숨을 쉬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한가득 적으려고 할 때, 한 번 더 강조한다.
a. 최대 5가지 이내로 쓴다. 꼭 5가지가 아니어도 좋지만, 5가지를 넘겨서는 안된다. 필요하다면 비슷한 업무를 그룹핑(grouping) 한다.
b. 비슷한 업무가 반복된다면 매월을 기준으로 쓰고, 프로젝트 단위로 일한다면 앞으로 3개월 동안에 할 업무를 기준으로 작성한다.
c. 각각의 업무는 최대한 짧게 쓴다. 한 줄이 가장 좋고, 두 줄을 넘기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최대 5가지 업무 x 2줄이니까 한 사람 당 10줄이 넘지 않는다.
d. 각각의 업무에는 자신이 그 업무를 하는데 들이는 시간의 비중을 적는다. 다섯 개의 업무를 다 더하면 100이 되어야 한다.
e. 업무 순서는 시간 비중이 높은 것부터 적는다.
최대 10줄이라고? 개꿀인데.
업무보고를 할 생각에 얼굴을 찌푸렸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말이다. 자신의 업무를 짧게 정리하는 것이 아무렇게나 줄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5가지 이내로 정리하려면 자신의 머리 속에서 자신의 업무가 구조화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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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아니 설명을 떠나, 자신이 어떤 일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지 않는다. 주어진 업무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발전이 없다.
나는 꽤 정기적으로 내가 하는 업무를 되돌아보는 편이다. 어떤 업무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는지, 그 업무의 성과는 어땠는가를 곰곰이 돌아본다. 1년에 한 번 평가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한다. 뭔가 헝클어졌다는 느낌이 들면 잠시 멈추어 점검한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소리가 이상하다 싶으면 본네트를 열어보는 것과 같다.
자신의 일을 점검하는 방법 자체는 쉽다.
- 업무를 5가지 이내로 분류하고
- 가장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업무부터 나열하고
- 각각의 업무가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느 정도의 Impact을 가져왔는지를 점검한다.
만약 리소스 대비 Impact이 떨어지는 업무가 있다면 그것을 유심히 바라본다. 1) 그 업무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줄일 방법을 찾거나(뭔가 효율적인 업무 툴을 찾거나, 그 업무를 하는 주기를 길게 가져가는 등의 방법을 찾는다), 2) 그 업무를 아예 없애버릴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는다. 매니저에게 해당 업무를 축소하고, 조직에 더 필요한 업무를 찾겠다고 말한다.
새로 할 업무를 먼저 찾은 후에 기존 업무를 없앨 때도 있지만, 일단 비효율적인 업무를 먼저 없앤 후에 새로 할 업무를 찾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그렇게 했을 때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는 업무를 찾아왔던 것을 매니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했던 업무를 기준으로 하면 최소 30%, 많으면 50%를 반드시 없애버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확실히 하되 그것을 수행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더 효율적으로 할 방법을 찾고, 공간을 만든 후에 팀의 목표에 더 도움이 되는 업무를 찾아서 발의하고, 그 업무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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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저녁으로 꽤나 쌀쌀해졌다. 조금 있으면 두터운 외투를 입게 될 것이다. 한 해를 정리하고, 자신이 했던 업무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회사의 평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내리는 평가다. 이것만큼은 도저히 속일 수가 없기도 하고.
자신이 하는 일을 돌아보고, 비효율적인 것을 걷어내고, 공간을 만들어, 무엇을 할 지를 고민하는 사람은 계속해서 성장한다.
주어지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