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주시겠어요?
스타트업 대표들이 내게 물으면 고민부터 빠진다. 좋은 사람, 실력있는 사람이 떠오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소개해주었을 때,
- 그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 설득할 수 있나?
- 그 사람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는가?
위와 같은 질문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은 아래와 같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잘 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 어디엔가 소속되어 일을 하고 있어서요.
사실 이것은 절반은 맞고 절반을 틀린 이야기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서도 잠시 쉬고 있는 사람도 있고, '어디 다른 곳은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이야기를 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에이, 그러지 말고 한 번 소개해주세요. 제가 어떡하든 설득해볼께요.
보통은 손사래를 치지만 가끔씩은 소개해주기도 한다. 그 사람이 정말로 마음에 들었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자신의 팀으로 끌어들이는데 어느 만큼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다.
삼국지에 보면 유비는 싸움도 못하고, 전략도 못 짜고, 결정도 잘 못 내린다. 도대체 하는 일이 뭔가 싶지만, 유비 곁으로 좋은 사람들이 계속 모인다. 누군가를 자신의 팀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은 리더에게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량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소개를 해 준 대부분의 경우가 의미있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왜 스타트업들은 실력있는 누군가를 채용하는데 실패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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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력있는 사람들은 원래 채용하기 어렵다.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는 말인가 싶지만, 네카라쿠배 같은 회사들도 실력있는 사람을 채용하는데 애를 먹는다. 높은 연봉, 실력있는 동료, 쾌적한 근무환경, 복지, 주변의 시선과 같은 조건을 들이대고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정 이상의 수준으로 올라가면 실력있는 사람은 희소해진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돈'으로 잡을 수 없다.
2. 돈이 없어서 채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꽤 많은 CEO들이 '돈만 있으면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묻자. 네카라쿠배도 돈으로 못 잡는 사람들을 자신의 회사가 돈으로 잡을 수 있을까.
물론, 투자금을 굉장히 많이 확보한 회사라면 어쩌면 최소한 일시적으로는 돈으로 잡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렇게 잡은 사람들을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돈으로 부른 사람은 돈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돈으로 부르고 사랑으로 붙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3. 스톡옵션을 주면 되지 않나요?
극초기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 굉장히 유의미한 수준의 스톡옵션을 받기는 어렵다. 그런데 극초기 스타트업의 근무환경은 굉장히 열악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스톡옵션이 실현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설득이 쉽지 않은 이유다.
이미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춘 스타트업의 경우, 스스로는 여전히 스타트업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기존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차이가 있다면 덜 체계적이고, 보상도 적다는 것이다. 스톡옵션의 실현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인생을 바꿀 금액과는 거리가 멀다.
4. 비전으로는 설득하기 어렵다.
현금성 보상을 많이 줄 수 없고 스톡옵션도 충분히 줄 수 없을 때 많은 CEO들은 '비전(Vision)'으로 설득하려 한다.
비전은 만들고 싶은 세상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도전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고 한다.
불행하게도 Vision에 설득되는 사람은 매우 적다. 정말로 적다. 그 사람이 실력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비전에 설득될 가능성보다는, 차라리 그 비전을 이야기하는 CEO라는 사람 자체를 좋아해서, 같이 일해보고 싶어서 합류할 가능성이 더 크다.
5. 그렇다면 어떻게 설득을?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상대방의 관점'에서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신이 창업가가 아니라, 대표가 아니라, 이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실력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왜 이 팀에 합류하려고 할까?
애초에 그 사람들은 어떠한 사람들일까, 왜 지금 다니고 있는 좋은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아직은 아무 것도 구체화된 것이 없는 우리같은 회사에 올 생각을 하는 것일까?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갈증'은 무엇인가? 그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가.
만약 당신이 이러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거나,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지금은 채용을 할 때가 아니다. 일단 멈추고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이미 팀에 합류해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회사에서 '가장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리고, 그 사람들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 왜 이 팀에 들어왔는지
- 실제로 일해보니 어떠한지
실력있는 사람들을 채용하지 못하는 CEO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한 가지 공통된 현상은,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퇴사율의 높고 낮음이 문제가 아니다. 그 중에서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어렵게 회사로 데려왔던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가, 지키지 못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채용할 때는 기대가 컸는데 막상 일해보니 별로인 경우라면 자신의 선구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일해보니 너무나 실력이 있고 팀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었지만 결국 팀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면 그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한다.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의미가 없다. 틈을 메우는 것이 먼저다.
실력있는 사람들은 실력있는 사람들을 불러들인다. 반드시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지키고 있다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결국 팀은 완성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금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되는 것이다.
왜 이 곳에 왔는지, 일해보니 어떤지를.
7. 기존 멤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켰다면, 그 다음에는 '우리에게 없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찾아야 한다. 덮어놓고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은 초점이 반쯤 나가있는 카메라로 세상을 담으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어느 회사에 가든 1) 그 회사가 서비스하고 있는 사업을 성공시키는데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 2) 이미 팀에 합류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살핀 후에 채용을 시작한다. 그렇게 해야 중복을 피하고 우선순위에 입각하여 정말로 원하는 사람들을 단계적으로 팀에 끌어들일 수 있다.
충분히 열심히만 하면 기존 멤버들로도 어떡하든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잘 하는 사람들일 수록, 자신보다 더 잘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서로간에 자극이 되고,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더 크고 의미있는 일을 같이 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팀에 끌어들일 때는 '기회를 준다'가 아니라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뽑는다'가 아니라 그 사람을 통해 필요로 했던 조각이 맞춰지면서 팀이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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