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돈을 버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1)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다. 2) 제품을 팔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 뒤 수수료를 받는다(커머스). 3) 일단 사람들을 많이 모은 뒤에 누군가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광고).
광고가 재미있었던 것은 이 모든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제품을 만들건, 커머스를 하건, 일단 유저부터 모으려고 하건 간에 광고가 필요했다. 저절로 팔리는 것은 없고, 사실 제대로 만든 것들은 광고를 붙였을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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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는 6년을 다녔는데 마지막 반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광고를 담당했다.
처음에는 광고를 세일즈하는 업무로 시작했다. 배너광고(Display AD)를 삼성전자, SKT와 같은 전자통신 회사에 판매했다. 브랜딩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이벤트 프로모션을 하는 형태로 많이 사용되었다.
단가개편을 발의한 후에는 신설된 영업기획팀으로 옮겼다. 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수립한 후 개발팀이 이를 광고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도록 조율했다. 플랫폼이 개편된 후에는 계획대로 반영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업종, 광고주의 매출 추이를 살피며 이상이 없는지를 살폈다.
자연스럽게 각 업종의 특성을 알게 되었고, 매출 추이를 살피며 특이 패턴이 보이면 해당 업종의 세일즈와 함께 원인을 찾았다. 매출 예측(Forecasting)은 필수였다. 목표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되면 단가를 조절할 것인지, 서비스율을 다르게 할 것인지, 상품을 새로 출시할 것인지를 동료들과 의논했다. 어떤 전략은 매우 효율적이었고, 어떤 전략은 혼선만 가져왔다. 그러한 차이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보며 개선점을 찾았다.
어느 정도 체계가 잡힌 후에는 다시 세일즈로 돌아왔다. 말로만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저렇게 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는 대신, 직접 팔아보고 싶었다. 원래 담당했던 전자통신 말고 일부러 다른 업종을 지원했다. 농심, 롯데칠성, 매일유업과 같은 식음료 업종을 담당하기도 했고, 은행/보험/증권/대출로 구성된 금융 업종을 담당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많은 광고주들을 만나게 되었고 삼성화재, 삼성생명과는 꽤 깊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러한 세일즈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영업기획팀으로 복귀하여 광고플랫폼을 조금씩 개선해나갔다. 세일즈 내부의 의견을 통일하고, 개발팀에게 '왜 이러한 변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건인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개발팀과 일하는 것은 적성에 잘 맞았다. 감정소모가 적고, 0과 1이 분명하게 구분되었기 때문이었다.
세일즈와 영업기획, 개발팀 사이를 왔다갔다 했던 경험은 여러 관점으로 광고를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직접 팔아보고, 부족한 점을 발견해서, 우선순위를 정해 플랫폼을 개선하는 과정은 재미가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정말로 어떤 노력을 해도 당시의 배너광고는 광고주에게 직접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저이었다. 광고비 만큼도 매출이 증가하지 않았다. 이 때는 ROAS라는 단어도 사용되지 않던 때였다.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며 주위를 살폈다. 네이버가 가장 강점을 보이던 검색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검색광고는 배너광고보다 매출이 컸고, 성장율도 대단히 높았다. 유저들은 네이버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다양한 키워드를 검색하고 클릭했다. 그 순간을 캐치한 검색광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광고효율이 높았고 측정도 수월했다. 배너광고와는 달리 몇몇 대형광고주에 의존하기 보다는 수없이 많은 작은 광고주들(SMB)이 광고를 집행했다. 각각의 매출은 작았지만 롱테일 효과를 연상하듯 그 합은 컸다. 다수의 광고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출예측도 쉬웠다.
무엇보다 검색광고는 입찰(Bidding)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었다. 네이버가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주들의 경쟁에 의해 단가가 결정되었다. 특정 키워드에 대해서 아무리 단가가 올라가도 그것에 대해서 매체인 네이버는 안전했다. 반면 가격을 직접 정해야했던 배너광고는 단가를 인상해야 할 때마다 큰 폭의 저항을 받았다. 인상된 단가가 왜 그 가격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논리를 계속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검색광고에도 단점은 있었다. 검색광고는 사용자의 Query(검색어를 입력하는 것)에 영향을 받았다. 아무리 광고주가 해당 키워드를 구매하고 싶어도 사람들이 충분히 검색을 하지 않으면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 작은 기회를 갖기 위해 광고주들은 계속해서 입찰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마진을 남길 수 없을 때까지. 그렇다고 검색광고를 끄면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다른 경쟁자가 그 빈자리를 찾아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비즈니스적 가치는 높지만 검색을 잘 하지 않는 키워드들도 많았다. 눈으로 보면 무슨 제품인지 알겠는데 정확히 그 키워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경우였다. 또한, 특별히 검색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뭔가를 검색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검색광고에 없었다. 이와 달리 TV광고나 배너광고는 사람들의 '관심'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러한 관심은 Query의 증가, 나아가 매출의 증가로 이어졌다. 다만, 그 효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없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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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광고에 대해 깊이 생각한 경험은 이후 페이스북에서 다시 되살아났다. 페이스북에서 새롭게 출시한 도구들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많은 것들을 가능하게 했다. 검색광고의 효율성과 배너광고의 노출효과를 절묘하게 결합시켰다. 검색광고만큼 효율이 높지는 않았으나 광고주가 이익을 내기에는 충분히 높은 광고효율을 보였고, 무엇보다 광고주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 광고예산을 집행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이다.
직접 세일즈를 했던 경험, 다양한 업종을 살펴볼 수 있던 경험, 매출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실행안을 마련했던 경험, 검색광고를 살펴봤던 경험, 개발팀과 같이 일했던 경험들이 페이스북에서 '필요한 조각'을 만났을 때 마침내 연결되었다.
어떤 경험들은 시차를 두고 삶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