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했는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후회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나의 상태를 자주 살핀다. 견뎌야 할 할 때와 견디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려 애쓴다.
'탄성한계'란 것이 있다. 용수철이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탄성한계 이내에는 아무리 많은 고통이 있어도 괜찮지만 일단 그 범위를 벗어나면 이전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 지점은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어느 시점인지에 따라 다르다.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든 자신이 가동범위 내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본인 밖에는 그 지점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전하게만 동작하면 발전이 없다. 성장은 항상 '경계'에서 일어난다. 절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닿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사람은 성장한다. 힘들지만 성장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점차 중독된다. 계속해서 한계를 넓혀나간다. 견디는 것을 잘 하는 사람일수록 그래서 부상의 위험도 크다. 견디지 말아야할 것까지 견뎌내려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은 용수철과는 다르다.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재활을 거쳐 정상으로 돌아올 때가 많다. 이전보다 활동범위가 줄어들 때도 있지만 그만큼 더 노련해진다. 토미존 서저리 수술을 받은 투수의 경우처럼 때로는 부상 이후에 이전보다 더 능력이 강해지는 경우도 많다.
부상에서 복귀하면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대응한다. 1) 다시는 한계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 사람과 2) 한계를 인지하고 넘어서려 하는 사람이다. 어느 삶이 더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결정으로 앞으로의 삶이 달라진다.
한계를 넘어서다 마음을 다치고 재활을 거쳐 정상으로 돌아와 다시 한계를 벗어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그만큼 또 고통에 견디는 능력이 강해진다. 아무리 힘든 일이 발생해도 견뎌내려 한다. 이전에도 극복한 경험이 있고, 설령 부상을 당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뭔가를 이루려고 하면 결국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렇게 계속해서 견뎌내려만 하다가,
어느 날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에 빠져든다. 경계로부터 너무 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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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뺏는 사람들이 있다. 떠나지도 개선하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회사가, 리더가, 누군가가 변해야 한다고 한다. 방향이 분명하고 각자가 해야할 일이 명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한 '조건'이 마련되어야 자신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조건을 자신이 만들어낼 생각도, 그렇다고 회사를 떠날 생각도 없는 사람들이다. 계속해서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끌어내린다.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섞어서 이야기한다. 앞에서는 웃는 얼굴을 하고 뒤에서는 익명으로 글을 쓴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약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때 지금껏 견뎌왔던 것들이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오게 된다. 그럴 때 다시금 마음을 붙잡고 견뎌내야 할 때도 있지만, 휴식을 취해야 할 때도 있다. 견뎌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더 이상 견디지 말아야 할 때를 아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잃지 않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