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는 회사들이 많다. 투자가 어려워지고 런웨이가 짧아지면 더욱 그렇다. 불편을 감수한다.
물론 회사비용으로 고급외제차를 제공하고 한우를 먹고 비싼 술집에 가는 그런 것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효율성을 희생하면서까지 비용을 아끼려는 것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a.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것
b. 비용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사업이 성공할 확률이 어느 쪽이 더 높은가에 따라 판단하는 것
두 가지 중에 어느 것이 더 합리적이라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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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를 떠나 스타트업에 가서 제일 먼저 바꾼 것 가운데 하나는 업무툴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매월 적자 폭이 굉장히 컸지만 저렴한 툴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툴'로 바꾸었다.
-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시작으로,
- 메신저는 슬랙
- 위키는 컨플루언스
- BI툴은 메타베이스
- HR툴로는 Flex,
- 평가툴은 레몬베이스,
- 채용은 그리팅
- CS는 채널톡
- 세일즈 관리는 릴레잇으로 교체했다.
기존에 사용하는 툴의 비용보다는 3배 이상 더 큰 비용이었다. 그런데 매월 회사가 잃어버리는 돈(Cash burn)에 비해서는 눈꼽만치도 안되는 비용이기도 했다. 물론 작은 돈이라 해서 허투루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1) 광고비, 혹은 프로모션 비용 2) 인건비 두 가지가 차지한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상황에서 시간은 그 자체로 비용이다. 은유적 표현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툴이라 하더라도 비용을 집행했을 때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낮춘다면 쓰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그 비용을 집행했을 때 사업의 성공가능성을 높인다면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비용을 아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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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x를 예로 들어보자. (Flex로부터 따로 광고나 부탁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요!)
스타트업 중에 Flex를 쓰지 않는 곳들이 많다. 음.. 뭔가 Flex보다 더 좋은 툴이 있어서 쓰지 않는 거면 괜찮다. 그런데 Flex보다 더 '적은 비용이라서' 쓰고 있다면, 혹은 아예 비용을 들이지 않기 위해 Flex와 같은 툴을 쓰지 않는다고 하면, 정말로 그렇게 비용을 아끼는 것이 좋은 선택인지에 대해서 묻고 싶다.
Flex를 쓰면 무엇이 좋은가요?
1. 구성원 정보를 편리하게 관리하고 조회할 수 있다.
우리 회사에 누가 있는지, 그 사람의 연락처는 무엇인지, 어느 팀에 소속되어 있는지와 같은 정보를 관리하고, 누구나 쉽게 조회할 수 있다.
2. 보상, 전직장 정보와 같은 인사정보를 담을 수 있다.
급여, 인센티브와 같은 보상정보를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에 관리하는 것은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권한 설정도 어렵고, 비번을 공유하다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무엇보다 불편하다.
Flex를 쓰면 보상정보나 전직장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조회할 수 있다. CEO는 전체 직원을 조회할 수 있고, 실이나 팀 리더에게는 해당 팀원에 대해서만 조회하게 설정할 수 있다.
새로 조직을 맡으면 전체 구성원의 소속과 이름부터 외우고, 그 다음에는 보상이나 전직장 정보들을 조회한다. 굉장히 자주 들여다보고 대략 1달 정도면 모든 구성원에 대한 정보를 기억한다. 어느 정도 연차에, 어떤 커리어를 가졌고,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고 있는지, 회사에 들어온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의 정보를 참고하여 1:1에도 사용하고, 그 사람의 업무 역량을 판단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제발 이런 것은 엑셀이나 스프레드시트로 하지 말자.
3. 휴가나 연차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다.
정부가 왜 52시간제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정책을 남발하는지 모르겠지만, 소크라테스가 말했듯 악법도 법이다.
Flex를 쓰면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키는 것이 증빙이 남아서 쓸 수 없어요.
희대의 뻘소리다. 그런 회사는 가지 말자. 법을 지키면서 사업할 수는 없다는 말을 하는 회사는 어떤 의미로든 걸러야 한다.
Flex를 쓰면 개인별로 남은 연차를 쉽게 관리할 수 있고 반차나 반반차, 시간 단위의 연차도 설정 가능하다. 자동승인도 가능하고 알람도 가게 할 수 있고, 연차 외에도 외근이나 재택근무 같은 유형도 설정 가능하다. 자리에 없을 때 언제 휴가인지 아니면 연락해도 되는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서 미팅 일정도 편하게 잡을 수 있다.
4. 전자결재를 할 수 있다.
비용을 집행할 때는 사전계획 승인과 비용집행 승인이 있다. 슬랙에서 논의하는 것은 좋은데 제발 결정난 것은 Flex와 같은 툴을 사용해서 공식적인 단계를 거치자. 팀원이 기안을 올리면 팀장, 실장이 승인하고 재무팀에서 참조승인을 한 후에 대표가 결정하는 형태다. 이런 식으로 절차를 밟지 않고 회의록이나 슬랙에서 휙 하고 재무팀에 넘기면 재무팀 담당자는 한숨만 나온다.
사람마다 이해한 바가 다를 수도 있고, 상대방을 배려해서 거절한 것을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가 결정할 때 실장이나 팀장이 사전 검토한 것인지를 확인한 후에 결정하고 싶을 때도 많다. 그런 것을 슬랙에서 하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비효율적이다.
컨설팅했던 스타트업 한 곳에서 퇴사 예정인 재무팀장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던 적이 있는데 'History를 알 수 없어서요'란 답을 들었던 적이 있다. 대표가 몇 명하고만 이야기하고, 그 담당자는 '대표님이 승인했어요~'라고 재무팀에 넘기면 재무팀 사람들은 이대로 비용을 내보내도 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비단 예산이나 비행집행 이외에도 채용승인이나 계약, 중요한 사업적 의사결정은 전자문서로 남기는 것이 좋다.
5. 조직도
스타트업을 다니다보면 '조직도'가 없는 곳들이 많다. 환장한다. 조직도의 중요성을 모르는 경영진들이 너무 많다.
조직도가 있다해도 엑셀이나 파워포인트로 관리하는 곳들도 있는데...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Flex에 구성원과 조직정보를 세팅하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회사의 조직도를 확인할 수 있다. (Flex 조직도가 좀더 시각적으로 개선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조직구성에 따라서 실행은 완전히 달라진다. 또한, 회사에 새로 조인한 사람들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입사하자마자 조직도부터 살피는 경우가 많다. 팀과 동료의 이름을 익히는데도 사용하지만, 조직도를 보면 그 회사가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Flex는 연간결제로 하면 1명당 1년에 대략 6-7만원 정도이다. 50명 조직이면 350만원 정도한다.
비싸게 느껴지는가?
50명이 1년 동안 비효율적으로 업무를 한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 시간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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