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은 분기 단위로 매출 목표를 정했다. 가령 4Q(10월~12월)의 경우, 8월 중순까지는 담당자별 매출 목표가 Fix되었다. 매출 목표에 따라 보상이 큰 폭으로 달라지기 때문에,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1. Bottom-up 제출
세일즈 담당자는 늦어도 8월초까지는 4Q에 대한 Bottom-up 목표(자신이 생각했었을 때 어느 정도 매출 목표가 적정한지)를 제출해야 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출목표를 낮게 제출할수록 유리한 것이 아닌가?
2. Top-down 목표와의 조율
같은 시간 페이스북의 아시아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폴 HQ에서는 각 국가별 매출 목표(Top-down)를 제시한다. 페이스북 코리아의 세일즈 총괄은 자신의 팀원들이 올린 Bottom-up 매출 목표의 합과 싱가폴에서 온 Top-down 매출 목표를 기반으로 페이스북 코리아의 4Q 최종 매출목표를 싱가폴 HQ와 협의한 후에 확정하게 된다.
3. 살벌하게 싸운다.
Bottom-up과 Top-down의 만남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내가 다녔던 어떤 회사보다도 치열했다. 보상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데다가(매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를 못 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 연봉이 차감되는 구조였다. 반대로 매출 목표를 넘으면 계약 연봉 이외에 증가한 폭의 일정 배수만큼 인센티브를 받았다), 평가나 승진과도 관련성이 높고, 무엇보다 자존심이 걸려있었다.
Bottom-up 목표를 그대로 수용하는 회사는 별로 없다. 반대로 Top-down 목표가 그대로 꽂혀 버리는 회사는 매출목표 설정 단계에서는 불만이 있더라도 잡음은 별로 없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매출 목표의 적정성에 대해서 살벌하게 논쟁하는 회사였다.
4. 어떻게 합의에 이르는가?
Bottom-up과 Top-down의 차이가 크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보통은 Top-down > Bottom-up 이었다. 그 차이가 클 때는 긴장감도 따라서 커졌다. 그러나 한편으론 정말로 궁금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어떻게 합의를 이루어내는가?
가장 쉬운 방법은 Bottom-up을 올리는 것이다. 세일즈 담당자가 자신의 숫자를 올리면 미팅은 원만하게 끝난다. 대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미친듯이 일해야 한다.
이것이 싫은 사람은 왜 자신의 Bottom-up 숫자가 적정한지에 대해서 (영어로) 근거자료를 만들어 자신의 매니저를 설득해야 한다. 만약 자신의 매출목표를 낮춘 만큼 페이스북 코리아의 매출목표도 낮아지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페이스북 코리아 매출목표가 동일한데 자신의 매출목표만 낮추게 되면(페이스북 코리아 세일즈 헤드가 싱가폴 HQ를 설득하지 못한 경우) 그만큼 다른 동료에게 더 매출목표가 부과되는 형태다. 자신의 논리가 탄탄해서 자신의 매니저를 설득하고, 자신의 매니저가 다시 그 논리를 기반으로 싱가폴 HQ를 설득할 수 있을 때만이 부담이 덜했는데, 그렇게 하려면 진짜로 논리가 탄탄해야 했다.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울 때가 많았다.
1) 최대한 빠르게 합의하고 세일즈 활동에 더 매진할 것인가
2) 어떻게든 논리를 탄탄하게 해서 가장 '합리적인' 매출목표를 받을 것인가.
5. 실제로 4Q 매출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신뢰도가 달라진다.
만약 탄탄한 논리 혹은 억지를 부려서 매출목표를 최대한 낮추는데 성공했다고 치자. 4Q의 실적이 매출을 크게 상회하면 굉장히 높은 보상을 받는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시작된다.
페이스북은 올라간 매출 이상으로 그 매출 상승에 해당 개인이 얼마나 영향(impact)을 끼쳤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실적이 목표보다 크게 증가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자신이 그러한 실적을 달성하는데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설득에 실패해도 약속된 보상은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반복되면 해당 세일즈의 신뢰도는 급격히 하락하고 다음 번 매출목표(ex: 그 다음 분기인 1Q)를 정할 때 Bottom-up 신뢰도를 훨씬 더 낮게 평가한다. 매출목표 합의가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세일즈라면, 필요 이상으로 목표 매출을 낮추려 노력하는 대신, 회사가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도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목표 사이에서 타협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6. 안전장치
실적이 매출 목표를 넘었을 때 한 분기에 받을 수 있는 보상의 상승비율은 제한이 있다. 이러한 상승분은 매출 목표에 따라 다른데, 가령 20%의 제한이 걸려있다면 20%, 30%, 50%를 증가했을 때 받는 보상이 모두 같게 된다. 아래 두 가지를 비교해보자.
a. 100억원 목표, 150억원 달성: 초과율 50%, 인정율 20%
b. 125억원 목표, 150억원 달성: 초과율 20%, 인정율 20%
a, b 모두 해당 분기에 받는 보상은 같다. 그러나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매출 상승요인을 합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다면) a보다는 b가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
7.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
이러한 구조에서 세일즈는 어떠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정답은 없고 세일즈마다 다른 입장을 취했겠지만, 아래는 내가 사용했던 방법이었다.
1) 일단 실제로 매출 예측을 잘해야 한다. 자신의 매출 뿐 아니라, 페이스북 코리아 전체 매출도 예측을 한다.
2) 자신이 어느 정도 부르면 합의가 금방 끝날 것인지, 그리고 그 수치의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 판단한다.
3) 1번과 2번을 기반으로 내 매출목표를 어떻게든 낮추려고 하는 대신, 최대한 빠르게 매출목표를 합의하고 세일즈 활동에 집중한다.
4) 목표 매출을 넘을 것이라 판단하면 해당 분기의 매출을 더 많이 올리려고 하는 것 보다는, 그 다음 분기의 매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일반적으로 같은 리소스를 넣었을 때, 해당 분기보다는 그 다음 분기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더 효율적일 때가 많다)
5) 어떠한 경우에도 부른 숫자는 지키려고 한다. 목표를 많이 불렀기 때문이란 핑계는 대지 않는다.
6) 만약, 페이스북 코리아 전체 매출에서 일정 금액의 매출이 부족한 경우라면 매니저와 상의한 후, 해당 분기의 매출을 더 증가시키는데 리소스를 쓴다. 우연히 증가한 것과 인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담당하는 매출의 5-10%라도 원할 때 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세일즈 담당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유리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광고주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7) 매출 예측이 틀렸을 경우에는 그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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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람에게 페이스북은 굉장한 압박감을 주는 회사였다. 그러나 같은 상황이라도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굉장히 재밌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군가를 채용할 때 페이스북의 일하는 방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