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는 '일하는 시간'과 '탁월한 성과'의 관계이다.
a.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일한다.
b. 탁월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이 두 가지의 차이를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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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커브를 그리는 회사에 대학교수나 컨설턴트가 들어가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퇴근시간이 되어 바로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꽤 많은 사람들이 회사에서건 집에서건 일을 한다. a의 현상('오래 일한다')을 관찰하고 b의 결론('오래 일해야 한다')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은 미묘하게 다른 정도가 아니라, 사람들을 완전히 잘못된 길로 유도하게 된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회사의 사람들이 오래 일하는 경향이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겠지만 그 경우도 들여다보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시간'이 적을 뿐, 집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휴식을 취하면서도 일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경우도 많다. 월급을 받았으니 딱 계약된 만큼만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아니, 애초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은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가?
탁월한 성과를 내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은 맞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노력한다고 해서 많은 회사들이, 사람들이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운' 때문에 벌어지는 오류가 아니다. 오랜 시간을 일하는 것, 특히 타의에 의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일하는 것, 게다가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있는 경우에는 더욱 성공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 왜 성과가 나지 않는지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노력 대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지나치게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탁월한 성과를 내는 회사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그 다음 이어져야 하는 질문은 '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일을 하는가?'이다. 보상, 승진, 호기심, 즐거움과 같이 여러 가지 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회사마다, 사람마다 모두 답이 다르고, 같은 회사와 사람이어도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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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시켜서 일하는 것과 자신이 원해서 일하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전자가 몸만 사무실에 있는 것이라면, 후자는 몸이 어디에 있건 간에 영혼은 사무실에 있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을 일했기 때문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일하고 싶을 만큼의 내적 동기를 사람들이 찾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회사의 방향을 이해한다.
- 자신이 담당하는 일이 그 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안다.
- 가장 중요한 것들의 우선순위가 분명하다.
-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질문할 수 있다.
- 실패하면 쪽팔려 죽을 것 같지만, 그것이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더욱 싫다.
- 뻘짓을 시키는 사림이 없다.
- 주변의 동료들도 다 이러한 마음이다.
만약 어떠한 회사가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미친듯이 일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서 그러한 분위기를 만들었는가에 대해서 깊숙히 고민하고 들여댜 봐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일단 일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의 결론을 내리면 정말로 사업은 로또가 된다. 마음의 눈을 감고 운에 모든 것을 맡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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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일하는지에, 어디서 일하는지(출근 vs. 재택)에 대해서 다들 좀 그만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잘하는 사람들은 관리할 필요도 없고, 회사든 집이든 어디서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한다.
반대로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가, 매니저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생각도 그만하는 것이 좋다. 변해야 할 사람은 항상 자기자신이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고 싶은가, 지금 이 순간은 일하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가, 그렇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도저히 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왜 나는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남아 있는가와 같은 생각을 스스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찰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서 굉장히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