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인 것 같은데 '네게는 책임이 없잖아'라는 말과 결합하면 이상한 의미가 된다.

직장인에게 있어 '책임을 진다'라는 것은 무슨 말일까.

1. 책임을 지고 이 건을 진행하겠다.

일단 프로젝트를 맡으면 그 건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를 언제나 성공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높은 확률로 성과를 만들어왔다. 그 기반에는,

이것은 내가 책임을 지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라는 마음가짐이 있다.

그 일이 잘 진행된다고 내게 인센티브가 떨어지는 것이 없어도, 그 일이 실패할 때 내가 손해를 배상해야하는 것이 아니어도 일단 맡기로 한 일은 최선을 다해 성공시키려 노력한다.

2. 목을 걸고 일한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지만 일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네 목을 걸고 일하라'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말은 오로지 자신에게만 할 수 있다. 

'목을 걸고 일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걸고 일한다는 의미다.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그동안 이루어냈던 모든 것을 놓고 회사를 떠난다는 생각을 한다. 

3. 그게 무슨 책임이야?

직장을 다니면서 나를 굉장히 힘들게 하는 말이었다. 

실패하면 사표를 내는 것. 직장인이 그 이상의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사람들이 왜 저런 말을 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무책임하게 일을 벌려놓고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고 그냥 사표 한 장 던져놓고 떠나버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았으니까.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이 없는 사람들. 일할 때 자신의 목을 걸지 않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나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지? 내가 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지? 아니, 정말 다르기는 한 것 맞어?

4. 책임지는 사람이 결정한다는 말

더더욱 나를 괴롭히는 것은 '책임지는 사람이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언뜻 맞는 말인 것처럼 들리지만, '네게는 책임이 없잖아'라는 말과 결합되면 이상한 의미가 된다.

내게는 책임이 없기 때문에 나는 결정을 하면 안된다고?

맡은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붇는 내게 이 말은 굉장한 상처가 되었다. 무엇보다 능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는 리더가 '자신이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로 괴로웠다.

5. 잠깐, 그런데 당신은 무슨 책임을 지는데?

상무건, 부사장이건, 대표이건 간에 내가 지는 책임과 무엇이 다른데? 당신은 실패했을 때, 그래서 회사에 손해를 가져왔을 때 어떤 책임을 지는데? 

창업가라고 다르지 않다. 회사가 망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해서, 연대보증이 걸려있어 재기가 힘들 정도의 경제적 상황을 맞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그의 손실과 별개로, 투자자의 돈은 허공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6.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닌, 가장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결정하도록 한다.

어차피 투자자의 돈을 온전히 보상해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없다면, 성공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사람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리더의 역할은 누가 그 결정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다면 자신이, 다른 동료가 더 잘 판단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게 위임하는 것이 일의 성공확률을 더 높이게 된다.

모든 건에는 그것에 대해 가장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찾고, 그 사람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이 모든 것을 다 자신이 결정하려 하는 것보다 낫다. 특히, 자신에게 실제 업무를 하는데 있어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더욱 그렇다.

누가 결정을 가장 잘 할 것인지를 도저히 판단할 수 없다면?

그 때는 리더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7. 직장인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의 의미.

직장인에게 있어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 일이 실패했을 때 손해배상을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반대로 자신에게는 책임질 것이 없기 때문에 어떤 것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의미도 아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신이 맡은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걸고,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목을 걸고 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일을 성공시킬 수 없고, 결국 실패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그 실패를 바라본 적은 없다. 

분한 마음.

그것만큼은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가 없다. 실패를 했을 때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분한 마음으로 이를 악무는 사람, 실패의 원인을 처절하게 분석하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어떻게든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은 그 사람의 DNA에 새겨져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사람을 찾고, 알아보고, 그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맡기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네게는 책임 따위는 없으니까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일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마음, 그것이 책임의 근간이다.